신라가 통일전쟁에서 승리한 676년부터 국가체제를 개편하고 왕권을 강화하여 귀족권력을 재정비합니다. 또한 고구려와 백제의 주민들을 통합하여 인구 증가와 생산성 향상으로 세금이 늘어나 수도를 재정비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였습니다. 그 이후 만주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는데 698년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인을 이끌고 읍락에 있는 동모산을 점령하고 진극을 건국한 뒤 곧바로 국명을 발해로 바꾸고 스스로 고구려의 후손이라 주장합니다.
서기 900년 견훤이 남서부에 후백제를 창건하면서 신라의 분열이 시작되었고 이듬해 궁예가 신라 북부에 후고구려를 창건하여 후삼국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때부터 남쪽 신라가 분열되고 후삼국시대가 전개되면서 사실상 남북시대의 양상과 공존하게 됩니다. 918년 태봉 왕건이 궁예를 몰아내고 즉위하여 고려를 국호로 정하게 됩니다. 926년 북쪽에 있는 발해가 거란의 침략으로 멸망하자 고려는 삼한에서 통일된 신라와 고구려의 후계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였습니다. 934년 발해의 대광현을 비롯한 발해의 난민들을 인도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는 발해가 한민족과는 다른 나라로 인정받았습니다. 신라는 발해를 다른 나라로 인식했고 고려는 발해 자체의 역사관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조선 중기까지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도 발해를 조선의 역사로 인식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 시기를 남북국가시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발해를 한국사와는 별개의 말갈 왕조로 간주하고 발해의 역사는 조선 중기까지 기술된 역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조선 초기에는 발해의 역사를 조선사에 편입하고 발해의 역대 왕들에게 제사를 지내자는 호소가 일부 실렸지만 조선 세조는 발해를 삼한(신라·고구려·백제)에 속한 나라로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유희룡의 16세기 초 작품인 <표재음주 동국요람>에서 발해사를 조선사의 일부로 편입하면서 조선 후기 소수 학자들이 두만강과 압록강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역대 역사학자들이 발해사를 한국사에 편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조선 후기 북학파인 유득공은 <발해고>에서 고구려가 멸망한 삼국시대가 끝난 후 남쪽에는 신라가 있었고 북쪽에는 발해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발해의 존재를 처음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한국의 이 시기는 흔히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리며 발해의 존재와 그 역사적 소속에 무관심했으나 1980년대부터 발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부터 남북시대의 명칭이 처음 등장합니다.
이처럼 한국 사학계가 발해를 스스로 무시했기 때문에 일부 중국 사학계의 동북공정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제로 중국 학계에서는 현재 통일신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해의 영토와 인구의 대부분이 중국에 흡수되었지만 고려는 압록강 이남 일부를 제외하고 발해를 전혀 흡수하지 못했지만 926년 발해가 멸망했을 때 태조가 20만 명의 발해유민들을 받아들였다고 태자 대광연에게 황 씨 성을 주어 왕족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통일 신라와 발해의 관계
신라와 발해의 관계는 이전 삼국시대만큼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대립적이었습니다. 733년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하여 발해를 공략하였으나 실패하였고 발해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동강 북쪽에 성곽을 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항상 적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발해남경 남해부에서 신라의 수도 서라벌까지 이어지는 신라도는 발해와 신라가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이러한 교역로는 용천부, 상경에서 동경의 용원부에 이르는 교통로이며 남경에서 서라벌에 이르는 교통로다. 신라도는 8세기 전반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8세기 후반부터 9세기 전반까지 자주 이용되었습니다.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신라인들과 발해인들이 상당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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